chinese boxes (역삼동 다가구주택)
- 대건소
- 2018년 8월 14일
- 3분 분량

chinese boxes (역삼동 다가구주택)
대지는 대표적인 강남 번화가의 이면에 자리잡은, 의외로 조용한 주택가였습니다. 대지 면적의 여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법규에서 허용하는 건축 가능한 입체 영역을 확인하고 그 영역 안에서 최대의 용적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대강의 건물 윤곽이 자연스럽게 도출되었습니다.
Architects : 깊은풍경 건축사사무소
Location :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Architect in Charge : 천경환 소장
Classification : 신축
Site Area : 160.00 ㎡
Building Area : 78.71 ㎡
Gross Area : 237.34 ㎡
Building Size : 지하 1층 / 지상 2층
Structure : 철근콘크리트조
Building Use : 다가구주택 및 전시장
Project Year : 2013년

[대지 안의 공지 / 정북방향일조권사선1 / 정북방향일조권사선2]

[도로사선제한1 / 도로사선제한2 / 최적 볼륨 도출]
그렇게 도출된 단순하고 추상적인 볼륨 위에 기존의 관습적인 내부 공간 연출과 거리를 두며 설정한 랜덤 패턴으로 창문을 계획하는 것이 디자인 과정의 큰 줄기였습니다.

계단실을 가운데 두고 양 옆에 유닛이 붙는 일반적인 구성이다. 전체 형태가 중국음식의 포장상자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chinese boxes 라는 별명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랜덤 패턴으로 계획된 창문이 실내 공간 구성 상황을 감추고 있습니다.

‘동일 유닛의 반복’이라는 원룸 건물의 전형적인 코드(code)를 지우는 한편으로, 평범한 건물을 통해서 익숙하게 읽어왔던 스케일 감각의 단서를 감추려는 의도였습니다. 차분하지만 다소 두서 없어 보이는 동네 풍경 속에서 단정하게 정리된 앉음새로 자리잡게 되기를, 그러면서도 낯설고 신선한 자극이 되기를 기대한 것입니다.

유닛 내부 바닥을 나누어 높이차이를 두고 천정 높이를 부분적으로 높게 설정한 것은, 면적만으로 집의 가치를 계량하는 관습에 대한 소박한 도전이었습니다. 벽과 문으로 구획되는 또 다른 방이 아닌 독립된 상자처럼 연출된 욕실 또한, 공간을 보다 입체적으로 체험하게 해 줍니다. 바깥에서 랜덤 패턴으로 보이는 창문은, 낯선 방식으로 바깥의 풍경을 열어줍니다. 내부 공간과 바깥 세계가 보다 다양하게 관계를 맺게 되기를, 그로 인해 기대 이상의 풍요로운 생활이 펼쳐지게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다양한 높이로 계획된 내부공간’, ‘상자 속의 또 다른 상자’]

[랜덤 패턴 창문을 통한 내외부 사이의 다양한 소통]
추상적으로 정리된 건물의 모양새가 중국음식 포장상자(Chinese boxes)와 닮아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말에는 ‘상자 속의 상자’라는 의미도 중의적으로 들어있는데, ‘유닛 안에 독립된 상자처럼 연출되어 놓여진 욕실’이라는 공간 구성과 통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것으로 건물 이름을 삼기로 했습니다. ‘Chinese boxes’

좁은 골목길을 들어가다 보면, 주변 건물들과 확연히 대비되는 질감의 건물이 등장합니다. 붉은 벽돌의 컨텍스트를 존중하는 것 또한 충분히 가능한 디자인이었을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디자인 진행을 너무 서둘렀던 것은 아니었는지, 되짚어보게 됩니다.

골목이 좁아서 건물 전체가 드러나는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건물의 크기가 위압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수익을 염두에 둔 건물에서는 유효할 수도 있는 전략일 것입니다.

재료와 스케일 감이 남다른데, 그만큼 신선한 충격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창문을 후퇴시켜서 두툼한 벽체의 두께를 드러내었습니다. 고흥석이라는 외장재의 이미지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두툼한 벽을 남겨놓고 일제히 후퇴하고 있는 유리면은 벽에 가리워진 또 다른 덩어리를 암시합니다.

법규 검토에서 비롯된 기본적인 볼륨이라 생각했는데, 현장에서는 도면 내용 그대로 재현해서 이런 모양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흔하지 않는 의외의 입면 구성을 보여줍니다. 다가구주택의 코드와 스케일감각을 지운다는 전략은 유효했다고 생각합니다.

지하는 갤러리나 스튜디오로 임대될 예정입니다. 철판을 접어서 캔틸레버로 고정한 계단이 보입니다.

1층 다가구주택과 건물 전면 주차장 때문에 결과적으로 다소 복잡한 형상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빛으로 얼룩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갤러리 등의 상업공간에서 주로 쓰이는 트랙조명을 선택했습니다. 시커먼 현관 철문은 다소 폭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바깥에서 랜덤하게 보였던 창문들은, 내부 공간에서도 의외의 공간감을 연출합니다.

바닥에 붙여 뚫은 창문을 통해 내부 공간이 바깥으로 확장됩니다.

내부 공간과 바깥 세계가 보다 다양하게 관계를 맺게 되기를, 그로 인해 기대 이상의 풍요로운 생활이 펼쳐지게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욕실을 ‘벽 너머에 숨은 공간’이 아니라, ‘내부 공간 속 또 다른 상자’로 연출한다는 것이 중요한 디자인 개념이었습니다. (모형에서 노란색 상자로 표현된 부분) 자작나무 합판을 켜켜이 쌓아서 단면을 드러내는 것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벽과 문으로 단절되는 공간이 아니라, 접혀서 흘러 들어가는 공간

높고 일그러진 공간은 아파트에서는 없는 공간입니다.

벽에 걸린 그림들처럼 뚫린 창문


벽에 걸린 티브이 또한 그렇게 뚫린 창문들 중 하나처럼 느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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